‘검란’으로 번지는 대장동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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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수정 2025-11-10 18:25
입력 2025-11-10 18:25

전국 지검장·지청장 집단성명

“구체적 경위 납득 안 돼 설명하라”
검사장 “노만석 사퇴하라” 반발
정성호 “대검에 ‘신중 판단’ 얘기”

대검 핵심 참모들도 “노 대행 사퇴하라”
정 장관 “구형보다 중형, 문제 없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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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진 10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뉴스1·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진 10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뉴스1·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후폭풍이 커지는 가운데 전국 일선 지검장과 지청장들이 단체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에게 항소를 불허한 근거와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검사장)단은 노 대행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 반발이 폭발하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일선 지검장 18명은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의 검사장들은 “노 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설명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용성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등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공식적으로 나왔다. 대검 부장들은 이날 노 대행과의 아침 정례회의에서 ‘사퇴하라’는 요구를 구두로 전달했다. 항소 포기에 관여한 박철우 반부패부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평검사인 대검 연구관 전원도 집단으로 노 대행을 찾아가 “총장으로서 리더십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항소 포기 과정에 검찰 구성원 대부분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총장의 참모들까지 반발하고 나서면서 노 대행의 입지는 좁아질 전망이다.

지난 7일 항소 포기, 8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사의 등 주말 사이 파문이 확산되자 정 장관은 이날 ‘도어스테핑’을 자청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정 장관은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신중히 하라는 원론적 의견을 낸 것이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 장관은 대장동 수사 및 재판에 대해서는 “검찰의 구형보다도 높은 형이 선고됐고 검찰 항소 기준인 양형기준을 초과한 형을 선고받았다”며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뇌물 등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온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수사팀을 이끈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법무부 장차관이 항소를 반대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검찰이 자살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과연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중앙지검장 위치가 그냥 가벼운 위치는 아니다.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민영·하종민 기자
2025-11-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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