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돈 받고, 中에 대두 수출…아르헨 줄타기에 美농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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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수정 2025-09-30 22:43
입력 2025-09-30 22:39

아르헨티나 세금 면제, 대중국 농산물 수출 늘려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 중부지역 농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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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기간 도중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아르헨티나가 중국에 대두를 대량으로 수출하는 사실을 비판하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뉴욕 AP 연합뉴스
23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기간 도중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아르헨티나가 중국에 대두를 대량으로 수출하는 사실을 비판하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뉴욕 AP 연합뉴스


“우리(미국)는 아르헨티나에 구제 금융을 제공했는데, 그들은 중국에 우리가 팔아야 할 대두를 대량 수출하고 있다.”

지난 24일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와 통화 스와프 협상을 체결해 200억 달러(약 30조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하자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전기톱’을 휘두르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안정을 약속했던 밀레이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며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이 마가(MAGA·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2023년 12월 취임했다.

밀레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 덕분에 200억 달러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서 한국과의 통화 스와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미국산 대두의 주요 판로인 중국에 세금을 면제하면서 대두 수출을 늘리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은 분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국은 미국산 대두 주문을 4배 늘려야 한다”고 압박했으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노스다코타주에 수천 에이커 규모의 대두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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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유엔총회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하비에르 밀레이(왼쪽)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을 칭찬하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받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3일 유엔총회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하비에르 밀레이(왼쪽)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을 칭찬하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받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중국의 아르헨티나산 대두 수출 주문은 이번 달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중국 수입업체가 수출세의 일시적 유예 기간 동안 주요 작물 수백만t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산 대두의 중국 수출 증가에 분노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베센트 장관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도중 읽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중국과의 180억 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 중단을 요구했다.

또 아르헨티나의 대두, 옥수수, 밀 등에 대한 수출세 면제도 다시 원상 복구할 것을 주문해 아르헨티나의 세금 면제 조치는 22~24일 단 3일간 유효했다.

하지만 대두에 부과되던 26%에 세금이 3일간 면제되는 동안 중국으로부터의 주문이 폭주해 아르헨티나는 70억 달러(약 9조 4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중국의 아르헨티나산 대두 선점에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대두 선물 가격은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미국 농부들은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중국으로의 수출을 대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농부들의 분노는 트럼프 행정부에 큰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에 ‘선불’로 내라고 요구한 투자금도 농부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데 쓸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 중국은 1억 500만t의 대두를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20%가 미국산이었으나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로 수입선을 옮겼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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