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장치’ 둔갑한 중국산 엔진…러 드론에 장착돼 실전 투입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7-24 11:26
입력 2025-07-24 11:26
│L550E 엔진, 러 가르피야 드론에 탑재…샤헤드 의존 탈피한 시도
이미지 확대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으로 날아든 러시아 드론이 건물을 타격하는 장면. 현지에서는 이 드론이 샤헤드 계열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러시아가 중국산 엔진을 활용해 자체 생산한 가르피야-A1 드론 또한 유사한 형태로 전장에 투입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으로 날아든 러시아 드론이 건물을 타격하는 장면. 현지에서는 이 드론이 샤헤드 계열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러시아가 중국산 엔진을 활용해 자체 생산한 가르피야-A1 드론 또한 유사한 형태로 전장에 투입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해 ‘냉각장치’로 위장 수입한 중국산 엔진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한 드론을 생산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간) 익명의 유럽 안보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러시아 국영기업 IEMZ 쿠폴이 이런 방식으로 ‘가르피야-A1’ 드론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가르피야-A1은 러시아가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개발한 자폭 드론으로, 과거 이란산 ‘샤헤드-136’을 러시아식으로 운용한 ‘게란-2’와 외형은 비슷하지만 구조와 부품 면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델타익 구조에 더해 후미에 수직미익(vertical stabilizer)을 장착해 안정성과 항법 성능을 보완했고 중국산 L550E 피스톤 엔진을 탑재해 국산화를 추진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지 확대
러시아 이젭스크 공장에서 생산 중인 자폭 드론들. 기체에는 ‘게란’이라는 러시아어 명칭이 적혀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가르피야-A1’로 분류되는 드론들도 생산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외형은 이란산 샤헤드-136과 유사하다. 출처=밀리타르니
러시아 이젭스크 공장에서 생산 중인 자폭 드론들. 기체에는 ‘게란’이라는 러시아어 명칭이 적혀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가르피야-A1’로 분류되는 드론들도 생산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외형은 이란산 샤헤드-136과 유사하다. 출처=밀리타르니


특히 가르피야 드론은 샤헤드보다 가벼운 탄두를 장착해 전체 중량을 줄인 대신 사거리가 기존 1000㎞에서 최대 1500㎞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러시아 측의 설계 의도에 따른 것이라며 항속 성능 개선과 엔진 효율 향상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반면 탄두 위력이 일부 감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고정된 인프라 타격용으로는 충분한 전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다.

로이터는 관련 계약서와 거래명세서, 세관 서류 등을 열람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입수한 쿠폴 내부 문건에는 이 회사가 올해 가르피야 드론을 지난해의 3배인 6000대 이상 생산하기로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했으며, 이 중 1500여 대는 4월까지 인도가 완료됐다고 적혀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위치한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가르피야 드론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달 약 500대가 실전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의 설명이다.

이미지 확대
독일 림바흐사가 제작한 L550E 피스톤 엔진. 러시아 ‘가르피야-A1’ 드론에는 이 엔진과 유사한 사양의 모델이 중국을 거쳐 ‘냉각장치’로 위장된 채 수출된 정황이 로이터 보도로 드러났다. 출처=페테르 림바흐(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스
독일 림바흐사가 제작한 L550E 피스톤 엔진. 러시아 ‘가르피야-A1’ 드론에는 이 엔진과 유사한 사양의 모델이 중국을 거쳐 ‘냉각장치’로 위장된 채 수출된 정황이 로이터 보도로 드러났다. 출처=페테르 림바흐(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에 앞서 로이터는 지난해 9월 쿠폴이 중국 ‘샤먼 림바흐 항공엔진’에서 L550E 엔진을 공급받아 가르피야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샤먼을 포함한 부품 공급 업체들을 제재 대상에 올려 쿠폴의 공급망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제재가 발표된 이후에는 ‘베이징 시차오 국제기술무역’이라는 이름의 중국 신생 기업이 다시 쿠폴에 같은 엔진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 업체가 샤먼 림바흐로부터 엔진을 어떻게 넘겨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쿠폴은 2022년 12월부터 EU, 2023년 12월부터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관련 업체들과 러시아 정부 부처는 이번 보도에 대한 로이터의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에 “가르피야 드론 부품 수출은 모르고 있었던 일”이라며 외국을 상대로 한 이중용도 품목(민간·군사용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수출은 자국 법규와 국제 규범에 따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1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