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교육 문제로 미국 떠난 가족…남편을 전장에 내몬 건 ‘이 나라’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7-23 15:04
입력 2025-07-23 15:04
│레즈비언 얘기 들은 딸 때문에 미국 떠난 부부
│러시아 이주 후 남편은 전쟁터로, 가족은 연락 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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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두 여학생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데릭 허프먼은 딸이 이런수업 중 또래 친구에게서 ‘레즈비언 관계’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미국을 떠나 러시아로 이주했다.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두 여학생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데릭 허프먼은 딸이 이런수업 중 또래 친구에게서 ‘레즈비언 관계’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미국을 떠나 러시아로 이주했다.


미국의 진보적 사회 분위기에 반감을 품고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이주한 미국 남성이 러시아군에 입대한 뒤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됐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텍사스 출신의 데릭 허프먼(46)이 러시아로 이주한 뒤 전통적 가치를 좇아 자원입대했으나 약속과 달리 최전선으로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허프먼은 지난 3월 러시아 국영매체 R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떠난 계기를 직접 설명했다. 그는 “딸이 8살이었을 당시 수업 중 반 친구로부터 ‘레즈비언 관계’에 대해 들었다”며 “그 얘기를 듣고 미국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선 “이게 바로 미국 교육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이를 키우기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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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찍은 허프먼 가족의 모습. 미국에서 진보 교육에 반감을 품고 러시아로 이주한 데릭 허프먼(가운데)과 아내 디애나, 세 딸이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서 함께 웃고 있다. 이 성당은 러시아 정교의 상징적 건축물로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명소다. 이후 허프먼은 러시아군에 입대했고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출처=엑스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찍은 허프먼 가족의 모습. 미국에서 진보 교육에 반감을 품고 러시아로 이주한 데릭 허프먼(가운데)과 아내 디애나, 세 딸이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서 함께 웃고 있다. 이 성당은 러시아 정교의 상징적 건축물로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명소다. 이후 허프먼은 러시아군에 입대했고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출처=엑스


허프먼은 RT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이 건전한 가치관을 배울 수 없다”며 “러시아는 아직 가족과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진보적 사회 분위기’는 성소수자 인권, 인종·성별 간 형평성, 다양성 존중 등을 강조하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 문화로, 허프먼은 이런 흐름이 교육 현장에까지 과도하게 반영돼 표현의 자유와 교육 균형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비전투 약속 받고 입대했지만…결국 전선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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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 입대를 공식 발표한 데릭 허프먼. 허프먼은 2025년 5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러시아군에 입대했으며, 곧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권 취득을 앞당기고 새로운 조국의 존경을 얻기 위해 군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출처=엑스
러시아 군 입대를 공식 발표한 데릭 허프먼. 허프먼은 2025년 5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러시아군에 입대했으며, 곧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민권 취득을 앞당기고 새로운 조국의 존경을 얻기 위해 군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출처=엑스


허프먼은 러시아 시민권을 빠르게 취득한 뒤 “용접 등 기술직에 배치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군에 자원입대했다.

그러나 실제론 러시아어로 진행된 최소한의 훈련만 받은 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곧바로 투입됐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허프먼은 약속된 급여나 복지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군복과 장비는 자비로 구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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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실종을 전하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디애나 허프먼. 그녀는 “남편이 문자 한 통 없이 사라졌다”며 “마치 늑대 떼 속에 던져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유튜브
남편의 실종을 전하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디애나 허프먼. 그녀는 “남편이 문자 한 통 없이 사라졌다”며 “마치 늑대 떼 속에 던져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유튜브


그의 아내 디애나 허프먼은 “남편이 문자 한 통 없이 사라졌고 현재까지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마치 늑대에게 던져진 것 같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날, 마지막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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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날을 맞아 가족에게 보낸 영상에서 군복을 입은 데릭 허프먼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허프먼은 영상에서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이후로는 연락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출처=유튜브
아버지의 날을 맞아 가족에게 보낸 영상에서 군복을 입은 데릭 허프먼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허프먼은 영상에서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이후로는 연락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출처=유튜브


허프먼이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지난달 미국의 ‘아버지의 날’ 을 앞두고 전달됐다. 그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이후로는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디애나는 “그게 남편의 마지막 목소리였다”며 “지금은 그 말만 되풀이해서 듣고 있다”고 전했다.

유사 이주 사례 있지만 허프먼과는 달라허프먼처럼 PC 문화에 반감을 품고 미국을 떠난 사례는 드물지만 일부 보수 성향 인사들 사이에서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루이스 마리넬리는 다문화주의와 성소수자 중심 교육에 반발해 러시아로 이주한 바 있다. 그는 영어 교사로 활동하며 러시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현지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어 실력도 거의 없던 허프먼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전선에 투입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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